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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캐스 전력 1회 참가글] One Sweet Love

ixxrax 2016. 9. 6. 00:04

※ 제이캐스 전력 1회 참가 연성입니다. 주제는 솜사탕. 짧습니다. 본 글의 저작권은 작성자인 제게 있으며, 출처 미표기 공유 및 무단 배포, 복사와 수정을 금지합니다. 




One Sweet Love


제이슨 토드 X 카산드라 케인



  - ...달아.


  그녀가 한 많은 말 중 기억나는건 '...달아.' 뿐이었다. 제이슨은 작은 테마파크에서 주말 오후마다 곰인형 탈을 뒤집어쓰고 솜사탕과 알록달록한 풍선을 파는 일을 했다. 가끔 다정한 연인이나 노부부가 그를 찾아 무지개 색깔의 솜사탕을 하나씩 사가곤 했지만, 주고객층은 어린 아이들이었다. 그들은 제이슨의 다리를 붙들고 늘어지거나, 목마를 태워달라며 울어댔다. 그 날도 아이들에게 한참을 시달린 후였다. 저녁 시간이 다 되어 손님이 끊긴 찰나, 탈을 막 벗으려는데, 제 또래쯤 되어보이는 소녀가 그 앞에 멈춰섰다. 소녀의 손을 잡고 선 퉁명스런 표정의 작은 남자아이는 제이슨의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 솜사탕 두개만.


  1달러 뭉치를 불쑥 내미는 남자아이는 쳐다보지도 않고 제이슨은 나무막대를 집어들었다. 붉은 색이 점차 번져가는 보랏빛 하늘 아래에 저와 소녀, 그리고 솜사탕 기계만 둥둥 떠있는 느낌이었다. 노을. 제이슨은 보라색 가루를 적절히 섞어 붉고 노란 솜사탕을 크게 만들어 소녀에게 내밀었다.


  - ...야, 하나 더 줘야지.

  - 이거 먹어, 데미.

  - 먹긴 먹을건데, 하나 더 받아야지. 그리고 거스름돈도 못 받았어.

  - 일단 이거 들고 아버지에게 가 있어. 내가 받아 갈게.

  - 야! 왕대갈! 탈 속에 영원히 가둬두기 전에 당장 내놔, 내 솜사탕!

  - 데미안.

  - 아, 왜!

  - ...달아.

  - ...

  - 이거, 달아. 먹고싶지?


  그가 멍하니 있는 동안, 아니, 소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동안 두 사람은 솜사탕을 서로에게로 내밀며 가벼운 입씨름을 계속했다. 제이슨은 자신이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게 된 것만 같았다. 천천히, 띄엄띄엄 움직이는 소녀의 작은 입술만 보일뿐, 뭐라 하는지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귀가 뻥 뚫린 듯 무지막지한 소음이 그의 머리를 때렸다. 그 소음 사이로 한마디만은 또렷이 가슴을 파고든다.


  - ...달아.


  그 날 이후로 그는 계속해서 제 귓가를 울리는 소녀의 목소리에 숨쉬기가 힘들고, 온종일 멍하고, 이따금 가슴이 아플 정도로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온종일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턱을 괴고 멍하니 자리만 지키던 그가 돌연 벌떡 일어났다.


  "불러도 대답도 않더만, 수업 끝난 줄은 어떻게 알고 정신 차렸냐?"

  "...노을."

  "뭐?"

  "노을이다."


  나른한 늦더위가 잠잠해진 오후의 선선한 바람에 그의 앞머리칼이 흩날린다. 창밖을 내다본 그의 짝이 그래, 노을이다. 대충 받아치자 제이슨의 푸른 눈이 감격에 겨운듯 떨린다.


  "나 19달러만 빌려줘."

  "뭐?!"

  "빨리. 급해."

  "씨...갚을거야?"

  "빨리, 새끼야!"


  뭐 이딴...경악스런 표정을 지으면서도 제이슨의 큰 손바닥 위로 지폐뭉치를 얌전히 얹어준 그의 짝이 다시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제이슨은 교실을 뛰쳐나갔다. 가방도, 교복 자켓도 그대로 두고.


  "어떤 새끼가 복도에서 뜀박질이야?!"


  학교에서 입이 제일 거친 선생을 만나고도 계단을 세네칸씩 뛰쳐내려간 제이슨은 노을로 잔뜩 물든 운동장에 다다라서야 멈춰섰다. 슬리퍼 한짝이 사라져있었고, 머리는 엉망으로 헝클어져있었다. 흐트러진 모습으로도 웃는 얼굴만은 신이 공을 들여 빚은 듯 환하게 빛이 났다. 그는 제 앞에 서서 의아한 표정을 짓고있는 소녀에게 다짜고짜 지폐뭉치를 내밀었다.


  "...무슨,"

  "노을."

  "..."

  "내가 그 때, 만들어준, 솜, 하아, 솜사탕!"

  "...아, 곰인형."

  "그거, 후우, 노을 색이였어. 후-"

  "..."

  "네가 너무 예뻐서, 그 때 처음 만들어본거야."

  "..."

  "우린 날이 저물기 직전에만 만나네."


  제이슨은 속으로 제 머리에 총을 겨누었다. 무슨 개소리야...무슨 소린지 어떻게 알아듣겠어. 그의 웃는 얼굴이 차츰 굳어 어색한 표정이 된다. 소녀의 짧고 검은 머리칼이 실바람에 가볍게 흐트러지고, 이마를 타고 흐르던 제이슨의 땀방울이 살짝 식을 때 즈음. 소녀의 얼굴 위로 웃음이 피어오른다. 제이슨은 돈을 받아드는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예뻤어요."

  "..."

  "무지 달았고..."

  "..."

  "고마워요. 저녁 하늘을 선물해줘서."


  ...아무렇게나 뱉은 말을 참 예쁘게도 주워담네. 치마 주머니에 돈을 넣고 고개를 숙여보이는 소녀에게 멍하니 손을 들어보인 제이슨은 자신을 지나치는 소녀에게서 나는 달큰한 향이 아찔해 눈을 질끈 감았다. 달려가 안아주고싶었다. 뺨을 맞더라도, 혹은 정강이를 차이더라도 그렇게 해야만할 것 같았다.


  "저기!"

  "..."

  "나, 주말마다 솜사탕 만들어."


  충동을 겨우 억누르고 가까스로 돌아서는데에 성공한 제이슨은 애꿎은 흙바닥을 뒤꿈치로 짓이겼다. 막 돌아선 소녀의 담담한 얼굴이 노을 탓으로 붉게 물든다.


  "...저는 주말마다 그리로 산책 가요."


  펑. 폭죽 혹은 폭탄...아님 뭐...내 머리통?...계속 간지럽게 굴던 가슴? 하여간 뭔가가 터진 것 같다, 고 느낀 제이슨은 기계적으로 손을 들고 흔들었다. 머뭇거리던 소녀가 사라진 후에도, 그는 계속해서 손을 흔들었다. 사실 그 몇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른 채로, 그는 노을 아래에서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제 얼굴이 그날 만들었던 솜사탕마냥 붉어 터지려는지도 모른채로.




END



※ 본인이 사랑에 빠졌다는걸 자각하는 기분은 어떤가 궁금해서 써 본'♡'......솜사탕 만드는 귀여운 곰인형 제이슨 토드 혹시 어느 공원에서 일하는지 보신 분 제보 좀......총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