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가] Blue Nocturne , Day 3
※ 띄엄띄엄 올려질 일상물입니다. All Copyright ⓒ Songmme ※
Blue Nocturne , Day 3
"생일 축하해, 제이슨!"
"축하해, 제이슨."
"쓸모없는 놈에게도 숨 쉴 공기가 허용되는 세상이라니. 축하해, 21년 동안 토드놈 허파에 산소 불어넣느라 고생한 세상아."
"데미안 도련님, 좋은 날 얼굴 붉히지 맙시다."
"...알피, 나한테 그런 말 또 한 적 있어요?"
"글쎄요. 도련님이 제이슨 도련님을 워낙 괴롭힌 적이 많아서......"
H, A, P, P, Y, B, I......알파벳 초에 붙은 작은 불이 모여앉은 이들의 웃음소리와 얘기소리에 정신없이 일렁인다. 제이슨은 팀이 들고 선 케이크를 가만 바라보고만 있었다. 꽃밭 가득 피어난 꽃무리처럼, 피치 크림 위에 잔뜩 박힌 작은 과일 조각을 손 끝에 쿡 찍어 카산드라의 콧등에 묻히고싶은 충동을 참고있느라, 묵묵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소원 빌었어? 촛농 떨어지는데...!"
"앞으로도 이 세상이 널 위해 약간 더 고생해주길 기원하는게 좋을거야."
"...아직 카산드라의 축하를 듣지 못해서 그렇게 멀뚱히 서 있는거야?"
딕과 데미안의 성화에 느리게 눈을 깜빡인 제이슨은 끼고있던 팔짱을 풀고 손바닥을 맞댔다. 소원을 빌어볼까, 하는데 팀이 곁의 카산드라를 돌아보고는 가벼운 투로 묻는다. 카산드라의 눈동자가 망설이는 듯 흔들리며 제이슨에게로 닿는다. 제이슨은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끼며 눈을 질끈 감았다. 어느 쪽이든 좋았다. 듣는다 해도, 듣지 못한다 해도. 제 생일에 그녀가 있어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미 행복하니까.
다음 생일에도, 또 그 다음 생일에도, 앞으로 맞을 무수히 많은, 어쩌면 한번 더 주어지지 않을지도 모를 내 모든 생일에, 그녀가 나를 단 한번만이라도 떠올려 주기를.
소원 빌기를 끝낸 제이슨은 손바닥으로 가볍게 바람을 일으켜 열세개의 촛불을 모조리 껐다. 모두의 박수 속에서 케이크 컷팅을 끝낸 제이슨은 매 순간이 느리게 지나가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오랜만에 함께 킬킬거리고, 음식을 나눠 먹는 동안 시간이 1초도 흐르지 않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들떴던 분위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고, 다들 패트롤 순번에 대해 잡담을 나누다 흩어진 밤 열시.
"이젠 바람이 많이 차."
제이슨은 어깨를 떨며 옆을 돌아보았다. 세이프 하우스의 루프탑 위에 걸터앉은 그의 곁으로 카산드라가 다가와 앉는다. 어떻게 올라왔는지, 겁도 없는지를 묻지는 않았다. 저보다 한참 어린 그녀를 얕잡아보는건 어리석은 것이란걸 이미 알기에.
"...놀랐네. 언제 왔냐."
"방금."
"추운데 옷 좀 따뜻하게 입지."
"...할 말이 있어."
여린 어깨를 감싼 단단한 팔에 힘이 들어간다. 검은 머리칼 위로 턱을 괴니 세상이 다 포근해진다. 제이슨은 카산드라의 얇은 팔에 온기가 돌도록 천천히 문질러주며 응, 짧게 대답했다.
"태어나줘서 고마워."
"..."
"...다시 살아나줘서 고마워."
"...카산드라."
"이렇게 살아있어줘서..."
붉은 귓볼을 스치는 찬바람이 어느 순간부터 달콤하고 미지근한 봄바람으로 바뀌어 그를 간질인다. 제이슨의 왼쪽 뺨에 카산드라의 작고 차건 손이 자연스레 자리한다.
"생일 축하해. 제이슨."
이제서야 다시 시간이 흐르는 듯한 기분이 들어 제이슨은 마음을 놓았다. 오랜만에, 그는 입꼬리를 잔뜩 끌어올려 웃었다. 그렇지. 네가 내 모든 시간이지.
***
Fin. 옥상에 나란히 앉아 밤이슬 맞는 두 사람이 보고싶었을 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