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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DC

[제이캐스] Little Black Dress

ixxrax 2016. 8. 12. 21:36

※ 제목은 Sara Bareilles의 Little Black Dress에서 따왔습니다. BGM으로는 Sara Bareilles의 The Light 추천해요! 본 글의 저작권은 작성자인 저와 소재를 제공해주신 분께 있습니다. 무단 복사, 공유 및 수정을 금합니다. ※

 

 

 

Little Black Dress

 

제이슨 토드 X 카산드라 케인

 

 

  "...씻고 가도 되냐."

  "엉. 저쪽이 욕실."

 

  비틀거리며 옷가지를 챙기는 소년의 마른 등 위로 빛망울이 조금씩 떨어져 맺힌다. 너울거리는 한줄기 빛에 드러난 붉은 상처들과 희미한 흉터들이 도드라진다. 소매가 닳아 실밥이 비죽 튀어나온 파란 맨투맨과 무릎 부분이 허옇게 닳은 갈색 골덴바지를 끌어안고 욕실로 향하는 소년의 뒷모습을 응시하던 남자가 불쑥 그를 불러세운다.

 

  "제이슨!"

  "..."

  "돈 필요하냐?"

  "...그럼 내가 널 사랑해서 너한테 안기는 것 같냐?"

  "돈 많은 새끼 하나 아는데."

 

  제이슨은 경멸스런 표정을 띄우고는 이를 갈았다. 안고있던 옷을 바닥에 팽개친 그는 다시 침대 위로 뛰어올랐고, 나른하게 뻗어있던 남자는 예상했다는 듯 가볍게 제이슨을 제압했다. 제법 단단한 어깨를 손바닥으로 짓누르며 제이슨의 배 위에 올라탄 남자는 씩씩거리는 제이슨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왜? 너 돈 벌어야한다며."

  "이 개새끼가...!"

  "예뻐해줄 때 감사히 여겨. 길바닥에서 구르던거 매트리스 위에 눕혀줬으면 은혜를 알아야지...조용히 씻고 가라. 그리고 저 거적떼기는 두고 가. 문 앞에 쇼핑백 네거니까 안에 든 걸로 갈아입고."

 

  제이슨을 침대 위에서 밀어낸 남자는 이불을 뒤집어쓰고는 돌아누웠다. 더러운 카펫 위에 널브러져있던 제이슨은 낡은 제 옷과 문가의 쇼핑백을 번갈아보다 하, 실소를 뱉었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보는 그의 푸른 눈 위로 빛이 망울망울 떨어져 고인다.

 

***

 

  "환불해주세요."

  "네, 고객님. 가지고 계신 영수증 제게 주시면 환불 도와드리겠습니다."

  "쇼핑백 안에 있어요. 총 얼마죠?"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고객님. 쇼핑백을 확인하는 직원을 등지고 넓은 매장 안을 휘- 둘러보던 그의 눈에 검은 원피스 하나가 눈에 띄었다. 어깨부터 소매 끝자락까지는 레이스로 감싸여있고, 마감 단추는 작고 반짝거리는 크리스탈로 된 미니 드레스였다. 화이트 새틴 리본으로 목을 감싸는 검은 드레스 너머 쇼윈도 밖으로 자신과 캐스의 모습이 나타난다.

 

  - ...제이슨, 이거 예쁘다.

  - 입어볼래?

  - 응.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온 두 사람이 드레스를 계산하는 장면까지 천천히 머릿속에 그려낸 제이슨은 다급히 직원을 불렀다.

 

  "저거 얼마죠?"

 

***

 

  "야. 오다 주웠어."

 

  쇼핑백을 제 앞에 던진 제이슨은 한껏 폼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가 머리를 헝클이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제길...뭘 본 게 있어야 따라하기라도 하지...

 

  - 저 거적떼기는 두고 가. 문 앞에 쇼핑백 네거니까 안에 든 걸로 갈아입고.

 

  그 쓰레기같은 새끼...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던 제이슨은 결심한 듯 몸을 일으켜 보금자리로 향했다. 그의 걸음은 여느 때와 다르게 가벼웠다.

 

***

 

  있으나마나한 문을 힘주어 잡아당긴 제이슨은 방 안에 들어서자마자 흠칫 놀랐다. 젖은 머리칼이 목덜미에 달라붙어있는 채로 그를 돌아보는 카산드라에게 서둘러 등을 돌린 제이슨은 망할 계집애가...! 하며 발을 구르다 그녀가 부르자 흠흠, 헛기침을 하고는 뒷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으억!"

 

  기어이 넘어지고 만 제이슨의 눈꺼풀 위로 카산드라의 머리칼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흘러내린다.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는 카산드라의 피부 위로 다 망가져가는 스탠드 불빛이 어른거린다. 어깨가 저렇게 여렸구나...못 먹고 사는 주제에 배에는 무슨 복근이...넋 놓고 카산드라를 살펴보던 제이슨 곁으로 카산드라가 다가와 앉았다.

 

  "...나, 나는 괜찮아!"

  "..."

  "야, 감기, 쿨럭! 흠흠, 감기 걸리겠다! 이거 입어, 빨리!"

 

  홱 돌아눕는 제이슨의 얼굴이 터질듯 붉다. 카산드라는 제이슨과 함께 나뒹군 쇼핑백을 주워들어 내용물을 꺼내고는 살짝 입을 벌렸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감탄인 모양이었다. 바닥에 투둑, 투둑 떨어지던 차가운 물방울 소리가 멀어지자 제이슨은 천장을 보고 누웠다. 부딪힌 뒤통수가 부서진 듯 아프다. 가슴도 먹먹하니 아려온다. 깊은 한숨이 허공으로 피어오른다. 잊어보려 눈을 질끈 감아도 카산드라의 매끈한 등이 눈꺼풀 안쪽에 새겨진 것처럼 선명했다. 카산드라를 이곳으로 데려온 첫 날에도 제이슨은 그녀의 알몸을 본 적이 있다.

 

  - 야, 이거 먹...

 

  그 때, 그는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쫓아냈어야 하는건가...아니, 그럴 수 없었다. 누군가 시간을 돌려주어도 제이슨은 카산드라를 내쫓지 못할거다. 어두운 길거리에서 처연히 빛나고 있던 그녀의 눈동자를 본 순간부터 그는 그녀를......어쩌면 그 때부터 그녀를......

 

  "제이슨."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킨 제이슨은 입을 떡 벌렸다. 눈대중으로 어림짐작한 사이즈가 정확히 들어맞았다. 드레스는 카산드라를 위해 맞춤 제작된 것처럼 보였다. 제이슨은 천천히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가 섰다. 아직 젖어있는 머리칼을, 직원이 서비스로 넣어준 검은 리본으로 가볍게 묶은 카산드라는 제 두 손을 깍지 껴 잡고는 제이슨을 올려다보았다.

 

  "옷이 젖을까봐...머리가 덜 말라서...이걸로 묶는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

  "...이상하,"

  "아니! 어울려! 완전 잘 어울려! 이건 그냥...그냥 네 옷이야..."

 

  자꾸만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주체 못하고 함박웃음을 짓는 제이슨이 보기 좋아 덩달아 웃으려던 카산드라는 제이슨의 소매에 눈길이 닿았다. 너무 오래 입어 다 닳은, 물이 많이 빠져 색이 바랜 맨투맨을 입고, 저를 향해 해맑게 웃어보이는 그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 진짜 예쁘다, 캐스. 이렇게까지 잘 어울릴 줄은 몰랐는데......연신 칭찬을 쏟아내는 제이슨의 뒷목을 끌어안은 카산드라는 숨을 멈췄다. 제이슨 역시 깜짝 놀라 숨을 멈췄다. 제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천천히 숨을 내쉬기 시작하는 카산드라 때문에 심장이 터질 지경이었다.

 

  "...고마워."

 

  잠시간의 침묵 끝에 카산드라의 목소리가 울린다. 제이슨은 참았던 숨을 후우, 후우, 뱉어내다 겨우 그녀를 밀어냈다. 검은 눈에 의문을 담고 자신을 올려다보는 그녀의 뺨 위로 키스를 퍼붓고싶은 마음이 치밀어올랐다. 제이슨은 움직이지 않으려는 다리에 힘을 주고 뒤로 몇걸음 물러났다.

 

  "..."

 

  널 좋아해, 캐스. 제이슨은 침과 함께 억지로 말을 삼키며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다행이네. 잘 맞아서. 네가 좋아하면 됐다."

  "..."

  "...나 또 나가봐야되거든. 서랍에 돈 있으니까 뭐라도 챙겨먹어."

  "제이슨."

  "오늘 늦을거야."

 

  슬금슬금 현관을 향하던 그의 걸음이 빨라졌다. 문을 거칠게 열어젖히고 뛰쳐나온 제이슨은 달리기 시작했다.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도시의 거리는 답지않게 고요했다. 허억, 숨을 몰아쉬며 한적한 호수 공원 한가운데에 멈춰 선 제이슨은 제 닳은 소매에 닿던 카산드라의 시선을 떠올렸다. 비싼 드레스가 꼭 어울리는, 마치 어느 부잣집 아가씨같던 카산드라의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진다.

 

  - 왜? 너 돈 벌어야한다며.

 

  씨발...

 

  - 예뻐해줄 때 감사히 여겨. 길바닥에서 구르던거 매트리스 위에 눕혀줬으면 은혜를 알아야지...

 

  선 자리에서 그대로 털썩, 앉은 제이슨은 제 소매를 끌어당겨 손바닥으로 닳은 부분을 가리고 고개를 푹 수그렸다. 단 한번도 낡은 옷이 창피한 적 없었다. 그에겐 겉치레보다 당장 오늘 먹을 음식을 살 수 있는 현금이 더 중요했다. 그런데 카산드라 앞에서는......

 

  - ...고마워.

 

  그래. 나같은 새끼가 무슨......위아래로 움직이던 어깨가 어느새 거칠게 흔들린다. 축축하게 젖어드는 손바닥을 아무렇게나 바지에 슥- 닦는 그의 얼굴이 온통 눈물범벅이다.

 

  "씨발!!! 예쁘다!!!!!! 예쁘다, 너!!!"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과 수근거림에도 아랑곳않고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든 제이슨은 그대로 발랑 누워버렸다. 빛. 가로등 빛이 그의 시야를 온통 붉고, 희게 물들인다.

 

  - 나 좀...

 

  너 때문에 내가 부끄러워져.

 

  - ...데려가줘.

 

  내가 너무 창피해.

 

  - 같이 있어줘.

 

  너와 있으면 내가 너무 검다.

 

 

END

 

※ 길바닥 남매 AU가 너무 쓰고싶어서 미칠 것 같았던ㅠ0ㅠ 캐스에 대한 자기 마음을 깨닫는 제이슨이 보고싶어서 가볍게 짧게 하나! 다음 편은 아마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의 남매 AU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당! 며칠 연속으로 글을 썼더니 기력이 부족한......한 일주일 뒤 쯤 만나요...총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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