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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DC

[뱃가] Blue Nocturne , Day 2-1

ixxrax 2016. 9. 29. 21:33

※ 띄엄띄엄 올려질 일상물입니다. All Copyright ⓒ Songmme ※




Blue Nocturne , Day 2-1



  "왜 청승맞게 혼자 술이야?"


  곁으로 다가와 앉는 팀의 얼굴이 붉다. 적당히 취기가 오른 듯, 까불거리는 말투와 살짝 꼬인 혀놀림에 제이슨은 그를 무시하고 이글거리는 눈으로 정면을 노려봤다. 그의 새파란 눈동자에 비친건 바베큐 꼬치를 양 손에 들고, 카산드라 곁에서 헤실헤실 웃고있는 데미안이었다. 아까 묻었어야했는데......중얼거리며 위스키를 한입에 털어넣는 제이슨의 어깨에 팔을 두른 팀은 키들거리며 그의 빈 잔에 제 술을 따라주었다.


  "제이슨. 야경 볼 생각이지? 캐스랑 둘이."

  "...너 입 다물어라. 아까 낮부터 저 꼬맹이랑 붙어먹고 깐족거린거 다 기억하고있다."

  "내가 도와줄까?"

  "..."

  "구하고 있는 LP가 있는데, 찾는걸 도와준다고 약속하면 데미안 데리고 네시간동안 사라져줄게."


  손가락 네개를 쭉 펴보이며 생글생글 웃는 팀을 가늘게 뜬 눈으로 노려보다 제이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시간동안의 자유로운 데이트에 LP판 구하는걸 도와주는 정도라면 팀이 손해보는 거래라는 생각도 들었고, 무엇보다 이브닝 드레스로 반짝이는 원피스를 입은 카산드라 곁에 어서 서고싶었다. 해줄 말이 너무 많아서.


***


  "데미안. 잠깐 나랑 얘기 좀 하자."

  "..."

  "...표정이 왜 그래? 뭐?"

  "네가 아까 토드놈이랑 쑥덕거리는거 다 봤어. 누나랑 날 떨어트려놓으려고 이러는거지?"

  "똑똑하네, 마이 브로. 맞아. 그러니까 조용히 따라와."

  "감히 누굴 협박해? 내가 따라갈 것 같아?"

  "그럴 줄 알고 따라오게 만들어뒀지."

  "뭐?"


  들고있던 접시를 테이블에 아무렇게나 내려놓으며 팔짱을 끼고 선 데미안의 곁으로 낯선 남자 둘이 붙어섰다. 차림으로 보아 해안경찰인 것 같았다. 입꼬리를 사납게 끌어올리며 웃은 데미안은 혀를 찼다. 팀의 표정은 아직 여유로워보였다.


  "날 끌고 가면 후회하게 될텐데, 당신들."

  "조사에 협조 부탁드립니다."

  "무슨 조사? 여기서 돈 쓰며 노는 것도 조사받을 일인가? 왜? 액수가 상상도 못할 정도로 높아서?"

  "상상도 못할 돈으로 수리비 내놓으실거 아니면 조용히 따라오시죠."

  "...수리비?"

  "오후 두시경 6번 구역의 푸드 트럭과 파라솔, 노천 카페 테이블을 부쉈죠. 데미안...웨인."

  "까짓 수리비 주면 될 거 아냐!"

  "그러니까요. 공공기물과 사유재산 손괴죄로 조사 받으신 다음 절차에 따라 수리비 내시면 됩니다."


  벙찐 표정의 데미안과 그를 데려가는 경찰들에게 두 손을 크게 흔들어보인 팀은 샴페인으로 가글하듯 입을 헹구고 휘파람을 불며 돌아섰다. 제이슨의 엄지가 치켜세워진 손을 향해 사랑의 총을 날리고 그는 유유히 사라졌다.


***


 "왜 데미안의 제안을 승낙하신거에요?"

  "내가 뭘."

  "두 사람의 데이트에 따라와 훼방을 놓자는 어리광이요. 제이슨이랑 카산드라가 데이트하는걸 불편해하시는군요."

  "캐스는 아직 어려."

  "모두가 아는 사실이죠. 그 모두에 제이슨도 포함이고."

  "...발로 밟아 지져 끈 담배불이 산불을 일으키지말란 법은 없지."

  "두 사람의 사랑이 그렇게 뜨겁군요. 산불, 워후."

  "약간의 주의를 주는 것 뿐이다. 두 사람 다 현실을 완전히 망각하지 않도록."

  "그럼요. 대디의 역할이죠. 맞아요, 브루스."

  "...대디."

  "네, 대디."


***


  "제이슨?"

  "돌아가도 돼."

  "..."

  "...천국을 보여줄게."


  3007호. 제이슨의 룸 앞에 선 카산드라는 머뭇거리다 앞으로 한발 내딛었다. 문 안쪽에서 편한 차림으로 그녀를 맞은 제이슨은 문단속을 철저히 한 뒤, 헛기침을 몇 번 뱉고는 제법 비장하게 돌아섰다. 얇은 로브를 벗어 의자에 걸친 카산드라는 제이슨이 곁으로 다가오기를 기다리다 그의 팔을 붙잡고는 눈을 감았다. 긴 속눈썹이 뺨 위로 여러 갈래의 길을 그린다.


  "...뭐하는거야?"

  "..."

  "눈을 왜 감아?"

  "...천국을 보여준다며...?"


  의아한 눈빛으로 제이슨을 올려다보는 카산드라의 얼굴이 점점 붉어진다. 제이슨은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참느라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고개를 돌렸다. 아, 천국. 요 쪼그만한게......그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본 카산드라는 서둘러 그에게서 떨어졌고, 고개를 숙였다.

  그녀 나름으로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들어온 터였다. 제이슨이 무작정 그녀를 안을 사람이 아니라는건 알았지만, 데미안과 한잔 두잔 나눠마신 샴페인이 속에서 부드럽게 피어난 탓도 있었다. 쉽게 볼 수 없는 촛불과 달콤한 시럽이 잔뜩 뿌려진 조각케이크, 채 다 피어나지도 않은 노란 꽃봉오리의 프리지아, 은은한 피아노 선율, 그리고 토마토주스......토마토 주스? 카산드라는 순식간에 민망함이 가신 듯 제이슨을 홱 올려다보았다.


  "제이슨."

  "...큼, 왜."

  "나 어린 애 아냐."

  "뭐?"

  "나 어리지 않다고."


  아랫입술을 잘근, 씹으며 말을 뱉는 카산드라의 눈빛이 진하다. 초콜릿을 녹인 커피처럼 향기로운 빛깔의 눈동자. 제이슨은 그녀 앞에 살짝 무릎을 꿇고 작고 차건 뺨을 오른손으로 감쌌다.


  "알아. 넌 언제나 나보다 성숙하고, 현명하고, 지혜로워."

  "..."

  "난 좀 더 조심스럽고 싶을 뿐이야. 네가 완전히 준비를 마칠 때까지."

  "...제이슨."

  "그 준비에는 더 많은 경험과 이야기와...시간이 필요할거야. 우리 둘 다에게 그렇겠지."

  "..."

  "내가 너에게 보여주고싶었던 천국은,"

  "..."

  "바로 저거야."


  마른 낙엽의 잎맥처럼 도드라진 핏줄이 가득한 제이슨의 손을 담던 눈이 커튼이 젖혀진 창으로 향한다. 카산드라의 작은 입이 동그랗게 트이고, 제이슨의 얼굴 위로는 사랑스러운 표정이 한가득 번진다.


  "고담의 가장 높은 빌딩 위에서 내려다보는 야경이 아름답다고,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란 네 리스트에 적어둔 걸 봤어. 몰래 본 건 미안해. 사과할게."

  "..."

  "네가 포기할 수 없는 것들에 오늘을 추가해줘."

  "..."

  "난 언제나 너와의 오늘을 포기할 수 없는 것들에 채워가고있어."


  낮에 한데 어우러져 놀던 사람들의 행복한 순간들이 빛나는 불빛이 되어 카산드라의 눈에 담겼다. 초승달 모양으로 불이 켜진 작은 전구들이 깜빡거릴 때마다 창문에 비친 빛은 유성이 쏟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창가로 다가간 카산드라는 이마와 손바닥을 유리에 대고 최대한 침착하게 숨을 뱉었다. 형체없던 입김이 유리에 닿아 하얗게 피어난다. 그녀의 뒤를 따른 제이슨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유리에 어깨를 기댔고, 카산드라는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고마워."

  "..."

  "내게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줘서...고마워."

  "...네가 내게 해준 그대로를 돌려줄 뿐이야."

  "예쁘다. 모든게."


  어쩌면 그런 것 같다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그 위에 상대가 좋아할 것들을, 상대를 기쁘게 해줄 것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즐겁게 해줄 것들을 채워주는 일이, 자신에게도 또다른 세상을 만들어주는 일인 것 같다고.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의 목록을 끊임없이 늘어나게 해주는 일이 살아가는 이유 같다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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